감각 : 경험의 건축화

라이스 스마트 팩토리

윤종호 / YOUN JONG HO

라이스 스마트 팩토리

벼 스마트농업 플랫폼

윤종호 YOUN JONG HO / Studio A
jongho980714@gmail.com

청년 농업인들이 논과 스마트 농기계를 임대해 농사하고 연구하여 얻은 작물을 외부인들에게 직접 경험하여 미래의 들녘 공동체를 형성하는 농업 플랫폼

현재 스마트팜 등 농업의 4차 산업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쌀이 주식인 한국에서는 벼와 같은 주요 노지작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1월 발표한 『제1차 스마트 농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에서 벼, 콩, 밀 등 노지작물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노지 스마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노지 스마트 농업이 도입되면, 농부는 단순히 농기계를 운용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농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주체로 전환된다. 또한, 고가의 자율주행 농기계와 드론 등을 공동으로 임대하고, 작물 데이터를 지역 단위로 공유하기 위해 ‘들녘 공동체’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초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에 스마트 농업은 체험 및 관광 문화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안하는 ‘벼 스마트 농업 플랫폼’은 청년 농업인들이 논과 스마트 농기계를 임대해 직접 농사를 짓고, 이를 통해 얻은 작물과 연구 데이터를 외부인에게 체험·공유함으로써 미래의 들녘 공동체 모델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플랫폼은 홍성의 버려진 논섬에 위치하며, 기존 논의 배미, 농로, 농수로 등 구조적 요소들을 존중하면서 계획되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논섬의 수목들은 사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탄화 방부처리를 통해 데크로 재활용되었고, 이후 건축물 위에 식재하여 새로운 논섬의 경관을 구성하였다.
공간 프로그램은 농업기술센터, 정미소, 복합문화시설을 결합한 복합 플랫폼으로 구성되며, 내부인(Private)과 외부인(Public)의 동선을 분리하면서도, 일부 구간에서 연결하거나 시선만 교차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두 가지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 ‘겉껍질과 속껍질’이라는 공간 개념을 도입하였다. 겉껍질에는 외부인의 동선을, 속껍질에는 내부인의 동선을 배치하고, 특정 지점에서는 이들을 시각적 혹은 동선적으로 선택적으로 연결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이다.
입면 디자인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하여, 농한기의 물이 고인 논, 모내기 이전의 들판, 여름의 푸른 논, 추수기의 황금 들판 등 계절별 논의 풍경이 반사되도록 하였다. 단면에서는 건축물 상부의 조경(새로운 논섬)과 하부의 논이 공기와 빛의 흐름을 통해 연결되며, 반사된 논의 풍경이 입면뿐 아니라 반외부 공간의 천장까지 스며들도록 유도하였다. 이를 통해 건축은 논이라는 장소성과 풍경을 재해석하여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