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morphic Tectonic
자연의 구축, 지질학에서 찾은 건축적 미래
이로운 YI ROUN / Studio A
yiroune916@gmail.com
인간이 조건을 설계하고, 자연이 형태를 완성하는 감산형 구축 실험
이 프로젝트는 “자연의 방식은 건축화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퇴적·침식·응고 같은 자연의 작용을 단기간에 압축해 실험하며, 인간은 조건만 설정하고 구축의 주체를 자연에 맡기는 새로운 건축 방식을 제안한다.
‘Geomorphic Tectonic’의 첫 단계는 지질학적 변형 과정을 모사한 세 가지 실험이었다. 그중 가장 건축적으로 유효한 방식은 파우더와 바인더의 결합이었고, 초기 석고 대신 낙동강 하류 모래와 미생물 기반 바인더(MICP)를 적용했다. 도포 방향과 재료의 비율을 변화시켜 다양한 패턴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5가지 아키타입을 도출했다.
분석 결과, 5가지 아키타입의 공간은 인간보다 동식물을 위한 서식지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상지는 해수면 상승 위기와 넓은 퇴적 평야를 지닌 부산 을숙도로, 수직적 공간 축적으로 퇴적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과 공존하는 구조를 실현했다.
설계의 핵심은 수직 생태계 구조다. 모래가 퇴적되면 바인더로 굳힌 디스크를 스크류로 리프팅하며, 중심 코어는 4개의 스크류, 워터 펌프, 영양 통로로 구성된다. 층별로 서로 다른 생태 조건을 갖춰 하단은 염생 식물, 상단은 철새와 담수 식생, 중간은 과도기적 환경을 제공한다. 같은 재료와 방식으로도 매번 다른 형태가 만들어져, 최종 디자인은 자연이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eomorphic Tectonic은 단순 서식지를 넘어, 퇴적 유도와 디스크의 순환적 형성으로 침수 위험 완화까지 목표로 한다. 상단은 풍화·침식으로 사라지고 하단은 새로 쌓이며, 구조물은 완결된 형태가 아닌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디지털 스캐닝으로 기록된 형태들은 자연이 건축가가 될 수 있는, Geomorphic Tectonic이라는 새로운 구축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